개강
오늘은 첫 학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학부생 시절에 이미 여러번 겪어왔지만 개강은 여전히 설렘과 착잡함으로 인해 싱숭생숭한 마음은 여전히 적응이 안된다.
게다가 이제 학부생이 아닌 대학원생으로서 맞이하는 개강이다. 학교에서 마지막으로 수업을 들었던 때가 2022년도 1학기였으니 3년반 만에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셈이다. 그때와 나는 뭐가 달라졌을까.
3년 전의 나는 최대한 빨리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들과 회사(현업)에서 요구되는 기술의 간극이 존재했기에 이론과목을 배제하고 실무적인 지식을 습득하려고 했다. 그래서 4학년 2학기에도 현장실습 과목을 통해 회사 인턴 6개월과 그 이후에 추가로 6개월을 더 다녀 총 1년동안 회사에서 개발자로 근무했다. 그 이후에 다른 회사로 이직하여 또 1년간 일하며 총 2년간 직장 생활을 이어왔다.
직장 생활도 직접 겪어보니 학생 시절에 꿈꿨었던 개발자 라이프 판타지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어떤 부분은 좋았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내가 하는 일은 여전히 재밌게 느껴졌고, 무엇보다 사회인으로서 돈을 벌고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그러다가 많은 일을 겪게 되면서 대학원에 오기로 결정했다. 공부랑은 썩 친하지 않았던 내가 다시 제 발로 대학원에 걸어들어와서 공부를 다시 해보기로 결심했다. 이제 공부는 나에게 있어 '졸업을 위해 끝내야할 숙제'가 아닌 '나의 판단을 입증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할 일은 많아졌지만 내가 뭘 해야하는지는 더 또렷해진 느낌이다. 누가 시켜서 이 길을 선택한게 아니라 내가 직접 선택한 길이다. 앞으로 2년동안은 오롯이 나의 결정, 나의 가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