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개발자 사이

2024-11-10


개발자라는 직업은 무엇일까.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개발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을 일컫는다.

한국에서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개발자란 직업의 사회적인 위상이 최근 몇 년새 급격히 올라갔다. 자연스레 이를 선망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많은 사람들이 개발자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도 개발자는 2,3년 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보상과 워라밸을 적절하게 잡을 수 있는 좋은 직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나 역시도 개발자란 직업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개발은내가 좋아하는 일이면서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건 사실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개발을 어떻게 시작했고 현재까지의 여정은 이 글에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따금씩 내가 지금 좇고 있는 것이 개발인지 개발자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때가 있다. 어렸을 때와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단순히 코드를 짜고 실행해서 결과물을 보는 일 자체가 재밌었다. 내가 의도한대로 동작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했고, 버그가 나면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찾아내는 과정도 고통스럽긴 하지만 그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그 안에서 무엇이 취업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지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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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본격적으로 개발자 취업전선에 뛰어들면서 이러한 원초적인 재미는 뒷전으로 밀려버리고 취업 시장에서의 가치를 따지게 되었다. 개발하면서 얻을 수 있는 순수한 재미보다는 취업을 위해서, 다시말해 회사에 뽑히기 위한 기술과 성과를 위한 개발로 노선을 변경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놓쳐버린게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 개발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도 ‘이걸 알아야할 필요가 있나?’ 와 같이 취업을 위한 지식과 그렇지 않은 지식을 구분지으려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런 내 모습이 예전의 모습과 너무나 이질적이어서 현타가 온 적도 있었다.

정리해보면 나는 ‘개발’은 좋아했지만 ‘개발자 준비’는 그닥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둘 사이의 균형을 잡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다. 아이처럼 항상 재미만 추구하면서 개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이라는 건 때로는 재미없고 지루한 레거시 개편 업무를 맡을 수도 있다. 내가 속한 조직이 겪고있는 문제를 푸는 것이 곧 개발자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조직마다 갖고 있는 문제의 형태가 각기 다를 뿐이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던 개발자라는 개념은 너무 좁은 범위에 국한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개념을 더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결국 ‘회사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이 되어야 한다.

내가 진짜로 하고싶은 일, 되고 싶은 사람은 무엇일까. 개발을 하는 사람인 걸까 아니면 사회적으로 유망한 직업 중 하나가 되고 싶은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내가 앞으로의 커리어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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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헌 Neon

개발 관련 내용들과 일상에서 느끼는 점들을 남기고 있어요. 흔하게 널린 글보다는 나만 쓸 수 있는 글을 남기려 하고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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