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회고

2024-01-20


조금 뒷북이지만 지나간 2023년을 되돌아보고 2024년은 어떻게 보낼 지 정리해보려고 한다.

퇴사

2022년 6월부터 학생 인턴으로 다니기 시작했던 회사는 1년을 다니다가 지난 6월에 퇴사하였다. 대단한 이유 때문은 아니고, 단지 내가 더 넓고 깊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였다. 회사의 프로젝트는 시간이 지나고 나의 숙련도는 쌓여갈수록 업무가 점점 단순해지고 기술적으로도 도전해볼만한 여지도 적었다. 만약 내 성향이 안정 지향적이었다면 계속 머물러있기에는 좋은 업무환경일 수는 있었지만, 나는 안정만 추구하려고 개발자가 된 건 아니다.

개발을 하면서 여러가지 암초에도 부딪히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새로운 기술도 배우면서 자신이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성취감이 개발자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하며 나 또한 이런 낭만을 추구하기 위해서 개발자라는 진로를 선택했다. 그래서 업무가 익숙해지고 스스로가 정체되었다고 느껴질 때 변화를 줘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휴식, 졸업, 공부

당초에는 6월에 퇴사를 하고 나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당장은 꽤나 지쳐있는 상태였다. 몸보다는 오히려 정신이 더 지쳐있는 상태였다. 업무를 하면서도 강박에 시달렸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괴롭히곤 했다. 그때 나에게는 휴식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래서 퇴사를 하고나서 1달 동안은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재충전을 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고 보고 싶었던 영화들도 이 시기에 다 정주행하는 등 평소에 시간이 없어서 밀려있었던 일들을 모두 해치울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이직을 위한 준비도 하고있었다. 나의 이력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고쳐쓰면서 일종의 '이력서 최적화'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고, 이 이력서를 바탕으로 꾸준히 회사에도 지원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공고가 뜨는 모든 회사에 지원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였고, 내 나름대로 기준을 설정하여 이에 부합하는 회사 위주로 지원했다. (이직 과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추후 포스팅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그러는 사이 8월이 되었다. 나는 이미 2월에 대학교 졸업 유예를 걸어놓았었고, 다시 한번 유예를 연장할지 아니면 졸업을 확정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그 전에 이직을 완료했다면 고민없이 졸업했겠지만 아직까지는 취업(이직)준비생 신분이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한번 더 미루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마음이 오락가락하기를 몇 번 반복하다가 그냥 졸업하기로 마음 먹었다. 졸업을 계속 미루면서 안전영역에 머물러 있으려는 건, 애시당초에 회사를 이직하려는 목적과도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왕 마음을 먹은 김에 아예 배수의 진을 치고 모험을 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배짱이 두둑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금새 이직은 성공했으니 나름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이직

새 회사로는 10월에 이직했다. 이전 회사에 퇴사한 지 4달이 지난 후다. 예상보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채용시장의 상황이 너무나 차가웠기 때문에 오히려 4달 정도면 선방했다고 생각될 정도다.

사실 현재 회사(편의상 A로 칭함)로 합격하기 전에 이미 다른 B회사의 최종 합격까지 받았고, 실제로 80%이상 B회사로 마음이 기운 상태였다. 그래서 처음 A회사로부터 1차 면접 제안을 받았을 당시에도 '이미 B를 붙었는데 굳이 봐야하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를 좋게 봐준 A회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면접 경험치도 쌓을 겸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면접에 응했다. 그런데 왠걸, 1차 통과 후 2차 기술면접과 3차 최종면접까지 통과하여 합격을 받았다. 좀 얼떨떨한 기분이었는데 아무튼 선택지로 회사 한 군데가 늘었다는 건 나에게도 호재이다.

여기서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이전에 합격한 B회사는 인원과 매출규모는 꽤나 큰 편이었고 비즈니스도 나름 안정적인 궤도로 들어선 상태였다. A회사의 규모는 그 보다는 작은 편이었고 비즈니스도 아직 안정적이라기 보다는 그 방향을 향해 열심히 달려나가고 있는 상태였다.

다만 B회사는 어느정도 연차가 있었고 기술적인 레거시도 쌓여있었다(면접 당시에 면접관에게 질문했던 내용이었다). 그래서 내가 입사하더라도 맡게될 일은 새로운 피쳐를 개발하는 쪽보다는 기존에 잘 돌아가고 있는 시스템을 유지보수하거나 일부 레거시를 개편하는 정도였다.

반면에 A회사는 이제 막 새로운 피쳐를 치열하게 개발하고 있는 시기였다. 레거시도 전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는 아닌 상태였다. 따라서 내가 들어간다면 본격적으로 피쳐를 개발할 수도 있고, 새로운 기술도 (도입이 합리적이라면)얼마든지 쓸 수 있는 환경이었다.

이 두 회사 사이에서 너무나도 고민되었다.결국 이 상황도 요약하자면 안정적 회사 vs 도전적 회사이었다. 둘 중에서 어느 회사를 선택했는지는 이 포스팅에서 열심히 쌓아올린 빌드업을 보면 눈치챘겠지만, 나는 도전을 택하기로 했다.

애초에 기존 회사를 퇴사한 이유부터 나는 '안정'을 버리고 '도전'이라는 낭만을 택하기 위해서였다. 현실 앞에서 낭만은 금새 죽어버린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미련하게 나의 낭만을 믿어보기로 했다. 설령 내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한들, 그때 다시 일어나면 된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낭만을 쫓아보겠는가?

올해 잘한 점 / 부족한 점

2023년에 잘한 점은 아무래도 인생 첫 이직을 잘 마무리 했다는 점이다. 이력서를 수십번 고쳐쓰면서 채용시장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몇몇회사는 기술면접을 보고 경험치를 쌓을 수 있었다. 대부분 떨어지기는 했지만 앞으로 내 커리어를 쌓는데에 있어서는 좋은 밑바탕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 밖에도 주말같은 개인시간에도 공부를 꾸준히 했다는 점 역시 좋은 습관으로 굳힐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남는 시간에 공부든 운동이든 습관을 형성하는 일이 참 중요하다고 느낀다.

부족한 점을 꼽자면 신체/멘탈 관리였던 것 같다. 사실 몸이 아픈 날은 많지 않았다. 1월 1일부터 코로나 증상(음성이긴 했지만)으로 인해 3~4일 시름시름 앓느라 회사를 빠진 것 말고는 1년 중에서 일을 못할 정도로 아프거나 다친 적은 없었다.

몸보다는 멘탈을 더 신경써야 할 것 같다. 아직까지도 업무강박 + 욕심이 있어서 그런지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느라 평일날 퇴근 이후는 물론이고 주말에도 계속 업무생각을 떨쳐내기가 힘들다. 현재 회사는 재택근무를 제약없이 원하는대로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꾸준히 사무실 출근을 고집하는 이유도 '일'과 '삶'을 최대한 분리하기 위해서이다. 이를 지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이 바로 '일'하는 물리적 공간의 분리라고 생각한다.

오직 사무실에서만 일하고,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면 최대한 일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ON/OFF 스위치 마냥 켜고 끄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그래서 2024년에는 스스로 욕심을 절제해 나가면서 자신의 멘탈을 갉아먹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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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헌 Neon

프론트엔드 개발자입니다. 제가 작성한 코드가 화면에 나타나는 모습을 좋아합니다. 백엔드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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